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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한국 사회 기반을 침식해 온 탁류, ‘친목카르텔’

해람시론(海覽時論)

(픽사베이)

"정치는 생물이다"
김대중 대통령이 애초에 한 이 말은 정치의 현상적 역동성을 표현한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은 유불리에 따라 자기가 한 말을 바꾸고 어제오늘의 색깔도 변화무쌍한 정치판을 빗대는 말로 쓰이는 것 같다.

이해득실로 눈앞의 일도 예측하기 어려운 난장판에 실타래처럼 얽힌 우리 정치 현실이다. 그러한 일상 속에 자신들은 무감각할지 모르지만, 수요자인 국민의 눈에는 그것이 살아 움직이는지 썩어 냄새가 나는 것인지 식별이 된다. 나라가 조금이라도 바뀌고 있다는 소망과 피부로 와 닿는 작은 행복이나마 누릴 수 있으려면 국민은 그나마 싱싱한 생물을 골라야 하니까 더 눈을 크게 뜨고 살피게 되는 것이 아닐까?

내 나라가 잘되기를 염원하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안타까운 것이 있다면 대통령과 정부는 남북문제를 포함한 전방위적인 정상외교와 국정개혁에 쉴 틈도 없이 뛰고 있는데 정작 힘을 모아주어야 할 여야정치권과 사법부 그리고 편향적인 언론까지 그 행보를 가로막고 오히려 발목을 잡고 있는 형국이다. 국가의 미래와 국익에 도움이 되는 일이면 여야 보수 진보를 떠나 대승적으로 뜻을 결집해야 할 텐데……. 집권 여당마저 새로운 변화를 바라는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해 그동안 유지하던 지지율도 계속 하락하고 있다. 해방 이후 친일 적폐를 청산하지 못한 이래 지금까지 한국 정치사에 풀지 못하고 있는 매듭은 소위 힘을 가진 기득권 세력들의 ‘친목카르텔’이다. 이들은 나라야 어떻게 되든지 말든지 관심이 없다. 정권을 잡기 위해 국가 안보를 팔고 끼리끼리 결탁해 당권과 이권에 목을 매며 정경유착 권언유착을 해온 고리를 끊어내지 못한 탓에 이들이 오늘날까지 적폐의 온상이 되어왔다.

삼성의 실세와 언론인들이 주고받은 낯간지러운 문자를 통해 드러난 기업과 언론의 유착뿐만 아니라 광고비로 끈적하게 맺어진 지자체와 언론들, 입맛에 맞는 표집으로 왜곡된 여론 조사, 정부와 국민을 이간시키는 온갖 가짜뉴스가 판을 친다. 이명박 정권의 허울뿐인 4대강 사업과 해외자원 외교, 뿌리 깊은 방산 비리 의혹, 국정농단으로 중도에 하차한 박근혜 정권 당시 사법부와의 밀실거래……. 지면으로 나열하기도 벅차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흘러나오는 의혹들의 저수지가 바로 돈과 권력 그리고 언론이 결탁한 한국 사회의 이 조직적인 친목카르텔이다.

유력 정치인과 관련된 사안이 생기면 그쪽과 연루된 검찰 라인은 여론의 눈치 보며 뒷북치고 세월만 보내다가 뭉개버리기 일쑤다. 기울어진 저울을 들고 있는 사법부 역시 구속영장을 청구해도 기각해 버린다.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동료 법관을 사찰하고 어렵게 기소를 해도 집행유예로 쉽게 풀어주는 나라. 정말 그 깊숙한 곳의 실체가 어디까지인지 보이지 않는 거대한 탁류가 지금까지 대한민국을 침식해 왔다.

천벌 받을 사람을 그대로 두는 옥황상제도 직무유기라고 성토하는 분이 있던데 사정기관이 적폐를 찾아내지 못하는 것도 직무유기다. 친목질하느라 국민이 맡긴 일은 안 하고 오히려 소신껏 일하는 정부 각료와 청와대를 흔드는 국회의원, 비뚤어진 엘리트 의식에 사로잡혀 자국의 대통령 앞에서 기본 예의도 갖출 줄 모르고 국적 불명의 기사나 쓰고 있는 지금의 못난 기자들은 지난날 언론을 길들이던 정권 앞에서는 두 손 모으고 공손히 엎드려 있던 그들이 아닌가? 그뿐만 아니라 자기 당 정치인의 불법 의혹이 줄줄이 드러나는데도 끌어안고 잘라내지 못하는 정당 대표와 당직자들도 같은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역사에 기록될 촛불 혁명으로 세워진 문재인 정부는 이 모든 것을 청산하라는 국민의 뜻을 뼈에 새기고 좌고우면할 것 없이 나아가야 한다. 그동안 특권을 누려온 기득권 세력의 저항이 필시 있겠지만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제는 공법이 바로 서고 정의가 살아 있는 나라, 오히려 힘 있는 자를 감시하고 약자가 보호받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돈과 권력으로 법망을 피해 부당한 이득을 취하는 친목 갑질의 검은 고리를 찾아 반드시 끊어낼 수 있어야 한다. 이 결단을 내리지 못하면 국가의 번영도 평화로운 통일 한국도 멀고 험난한 가시밭길이 되고 말 것이다. 깨어있는 시민들도 역시 기업이 적폐 대상이면 불매 운동을 벌여서라도 그 고리를 잘라내고 언론이 그렇다면 신문을 끊거나 채널을 돌려야 한다. 국민을 속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정당과 정치인이라면 물론 표로 심판해야 한다.

‘정관의 치’로 칭송받았던 당 태종의‘정관정요’에 물이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성난 물결은 배를 뒤집을 수도 있음을 일찍이 경고하고 있다. 둘씩이나 연달아 수용된 전직 대통령과 측근들을 또한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하리라. 탐욕에 눈이 멀어 언젠가 드러날 얕은 속임수로 국민을 우롱하는 이들보다 앞길이 보이는 명쾌한 정치를 기대하며 지켜보고 있는 민심을 읽을 줄 아는 정치인만이 살아 역동하는 생물 정치를 할 수 있다.

대한민국 정치를 동네 친목계 모임보다 못한 수준으로 전락시킨 이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 끝내 채울 수 없는 탐욕의 무게로 인해 언제 가라앉을지 모르는 그 탁류의 소용돌이를 벗어나 이젠 올곧고 깨끗한 정치, 맑은 물을 경외심과 감사함으로 대하는 겸손한 정치를 배우라. 

해람(언론인·자유기고가)

미래로신문  gwmirae@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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