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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많은 또라이들은 다 어디서 왔을까”
20대 여성 직장인 대담 인터뷰좋은 직장을 결정짓는 것은 ‘인간관계’강원도에 좋은 직장이 많았으면
수많은 취업포털사이트에서 말하는 ‘직장인이 겪는 직춘기(직장인의 사춘기)의 원인’이나 ‘직장인의 번아웃 증후군’의 원인으로 ‘직장 내 인간관계에 따른 스트레스’가 항상 상위권이다.(사진 픽사베이)

 

[미래로신문] 구성희 기자 = 한국사회가 보는 여성 근로자에 대한 시각은 암담하다. 지난 3일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18 성희롱 실태조사’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직장인 전체 응답자의 8.1%가 성희롱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남자와 스펙이 같아도 취업시장에서 여성의 소득은 남성의 82.6%밖에 되지 않는다.

그뿐만 아니라 수많은 취업포털사이트에서 말하는 ‘직장인이 겪는 직춘기(직장인의 사춘기)의 원인’이나 ‘직장인의 번아웃 증후군’의 원인으로 ‘직장 내 인간관계에 따른 스트레스’가 항상 상위권이다. 직무에 대한 어려움보다 사회생활 또는 인간관계의 어려움이 퇴사·이직 등을 고민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강원도에 거주하며 다양한 근로형태를 가진 20대 여성들의 솔직한 직장생활 이야기를 들어봤다. 모두 이십대 중후반의 직장인 여성들이며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이니셜로 처리했다.

현재 하고 있는 일은?

C : 어린이집 만 3세 반 담임교사를 맡고 있다. 이 일을 한지는 4년 정도 됐다. 아이들이 보고 느끼는 촉감수업, 음악연주나 노래, 농촌 견학 등 다양한 수업이 많아 바쁜 편이다.

L : 공기업에서 계약직으로 일하고 있다. 최근에 공공기관에서 청년 취업률 높이려고 계약직을 대량으로 뽑았는데 그중에 한 명이 나다. 최근 부서에서 주력하던 사업이 끝나 많이 한가하고 인사발령 시즌이라 업무가 계속 바뀌고 있다. 계약직이다 보니 남는 시간에 취업준비에 힘쓰고 있다. 

Y : 사기업 경영국에서 일하고 있다. 일한지는 이제 1년 됐다. 하는 일은 사무행정이다 보니 범위가 넓다. 각종 결재서류, 회의준비, 문서작업 등 광범위하게 커버하고 있다. 워크넷 보고 면접보고 들어갔다.

이 직장 또는 직업을 선택한 이유는?

C : 어릴 때 좋은 선생님을 만난 기억이 있다. 또 친척 중에 유아교육과 다니신 분이 계셔서 그 분이 하는 일을 많이 봤고 관심도 생겼다. 막상 유아교육과 들어가서 이론적인 것, 경험을 해보니 적성에 맞았다. 본인의 의지만 있으면 유아교육과는 취업도 잘 되는 편이다. 

L : 그냥 시기와 급여가 맞았다.(웃음)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활용하기 위해 지금의 공기업에 지원했다. 원래 전공은 전혀 다르다. 언론인이 되고 싶었는데...지금은 싫다.

Y : 원래 계속 사무직·행정직을 해왔다. 회사를 옮겨 다니는 이유도 계약이 만료됐기 때문이었다. 사무행정직이 '내 인생직업이다' 이런 것은 아니고 제 현실에서 가장 잘 해낼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직장생활하며 가장 힘들었던 일은?

C : 대기업 부설 어린이집에 다니던 시절, 아이들 싸움이 나서 훈육했는데 가해자 아이가 선생님이 자기를 때렸다고 학부모에게 일러바친 적이 있다. 그 당시 신입교사였는데 법적논쟁까지 갔다. 결국 그 아이 엄마가 소문을 내고 다녀서 학부모들과의 관계도 어려워졌고 트라우마로 인해 관둔 적이 있다. 유아교육은 자기 성질을 이기지 못하면 못한다. 아이들한테 절대 화내면 안 되고 항상 웃어야 한다. 온 몸에 애들이 들이받아서 피나고 멍 드는데 신고할 곳도 없다.

L : 정규직이 아닌 비정규직이 겪는 서러움이 있다. 업무 때문에 특별히 뽑힌 경우라서 다들 동기가 있는데 저는 없다. 비정규직이니 특별한 소속감도 없고 공허함을 많이 느낀다. 최근 또래의 남자직원과 업무로 인한 트러블로 개인감정까지 깊어졌다. “내가 정규직이고 남자였으면 이런 일이 생겼을까?” 고민했었다. 너무 화가 나고 처지가 서러워서 심리 상담까지 받았다. 

Y : 남자 상사들의 특징은 화내기 전 전초증상이 없다. 갑자기 뻑 화내고 끝. 그러면 나는 계속 마음이 쓰이고 빨리 퇴근하고 싶고 그 다음날까지 눈치 보는데 이미 거기는 끝난 상황. 그러다 또 같은 사건이 터졌는데 기분 좋으면 그냥 넘어가고. 내가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모르겠는 것이다. 계약직과 정규직의 서러움 또한 있다. 밥 먹을 때도 계약직 앞에서 정규직 직원들이 복지 포인트, 건강검진, 월급 등의 이야기를 한다. 그래서 생각했다. “여기를 오래 다니면 또라이가 되는 걸까, 아니면 또라이만 남은 걸까.”

직장 스트레스는 어떻게 푸는지?

C : 예쁜 카페를 찾아다니며 수다를 떤다. 운동을 좋아해서 볼링, 포켓볼도 친다. 이제 술로 푸는 시기는 지났다.

L : 친구한테 이야기하며 풀기도 하고 달달한 것도 먹어보고 하지만 결국에는 생각을 정리하는데 힘을 많이 쓴다.

Y : 고등학교 친구들 단톡방이 있다. 친구들한테 이야기하면 좀 해소가 된다. 그리고 집에 와서 샤워하고 배달의 민족으로 야식 시켜놓고 넷플릭스 본다. 

계속 강원도에 사는 이유는?

C : 서울생활을 했을 때 너무 답답하고 싫었다. 춘천은 있을 것 다 있고 인구 수도 많지 않아 좋다. 서울은 놀기 좋은 곳이라면 춘천은 시골과 도시가 공존해 살기 좋은 곳이라 생각한다.

L : 강원도에서 춘천이나 원주정도는 좋은 도시라고 생각한다. 괜찮은 직장만 더 많았으면 좋겠다.

Y : 강원도에서 서울로 한 시간 반 넘게 출퇴근 한 적이 있는데 처음엔 좋았지만 나중엔 너무 힘들었다. 퇴근해 집에오면 밤 9시가 넘어가고 그랬다. 강원도에서 일하면 그래도 저녁이 있는 삶이 있다.

앞으로 꿈꾸는 삶은.

C : 아이들에게 선한 영향을 주고 싶다. 아동복지에 관심이 많다보니 나중에는 어린이집 원장을 해서 봉사활동이나 기부활동을 펼치고 싶다.

L : 나를 잃지 않는 선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사는 것이 꿈이다. 결혼을 해도 누구의 엄마나 아내보다는 이름으로 불리고 싶다. 그래서 취업준비 열심히 하고 있고 멋진 전문직 여성이 되고 싶다.

Y : 4년차 직장인으로서 느낀 것은 내 삶에 ‘일하는 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매일 회사와 집만 왔다 갔다 했었다. 앞으로는 내가 좋아하는 걸 찾고 거기서 새로운 나를 찾고 싶다.

 

구성희 기자  gwmirae@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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