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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감옥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6일 원주시 중앙동 강원감영 일대가 미세먼지에 휩싸여있다. 이날 원주시 중앙동의 미세먼지(PM2.5)는 267㎍/㎥ 까지 치솟았다.

[미래로신문] 구성희 기자 = 재난 수준의 고농도 초미세먼지가 엿새째 대한민국을 점령하고 있다. 지난 몇 년 전부터 사계절을 점령한 미세먼지는 어느새 우리의 삶까지 바꾸고 있다. 미세먼지로 가득한 일상 속 평범한 직장인 K씨(여·33)의 하루 일과를 그려본다.

◇아침시간, 일어나면 미세먼지 앱부터

요란하게 울리는 알람에 뻑뻑한 눈꺼풀을 들어올린다. 어제 외출을 조금 오래했더니 오늘은 눈 컨디션이 별로다. 일어나자마자 인공눈물을 넣은 뒤 켜는 것은 스마트폰 날씨 앱. 미세먼지 수치 128㎍/㎥를 가리키는 빨간 바탕에 방독면을 쓴 아이콘이 이젠 익숙하다.

출근하기 위해 집을 나서는 길, 어제 썼던 미세먼지용 마스크는 멀쩡하지만 쓰레기통에 버린다. 미세먼지 마스크는 정전기로 먼지를 붙잡는 형식이기 때문에 하루에 하나씩만 쓸 수 있다고 언론에서 그랬다. 집 앞 편의점에 들러 차단지수가 제일 높은 KF94 마스크를 하나 구매한다. 가격은 2500원. 이번 주만 해도 벌써 마스크 값으로 2만원 가까이 지출했다. 오늘은 꼭 인터넷에서 대량으로 구입해야겠다고 마음먹는다.

뿌연 공기를 헤치고 회사로 들어서는 길, 괜한 찝찝함에 외투를 툭툭 털어본다.

◇점심시간, 최고 화제는 미세먼지

점심을 먹기 위해 회사 근처 밥집에 둘러앉자마자 동료들의 대화주제는 미세먼지로 흘렀다. 

오전 외근을 나갔다 온 김 대리가 콧속이랑 목이 너무 칼칼해서 이러다 폐암으로 죽겠다며 난리고 옆에 있던 이 주임은 유치원 다니는 자녀가 아침마다 마스크를 안 쓰겠다고 말썽 피운다며 하소연한다. 패션에 관심이 많은 오 사원은 최근 할부로 의류 스타일러를 구입했다며 옷에 묻은 미세먼지까지 털어준다고 자랑했다. 이어 최근 가장 성능이 좋다는 공기청정기 제품이 무엇인지 질문이 오가기 시작했다. 

최악의 미세먼지 사태에 누군가는 중국을 욕하고 누군가는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정부를 욕한다. 집에 환기를 해야 한다 혹은 안 된다, 각자가 알고 있는 미세먼지 대처법을 말하지만 모두 ‘카더라’일 뿐 누구도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없는 듯하다.

“미세먼지 심할 때는 수분보충을 잘해줘야 한대” 입사 동기가 물 한 잔을 따라 수저 옆에 놔줬다.

화장품 판매 앱에서 미세먼지 기획상품을 홍보하고 있다.

◇퇴근길, 미세먼지 마케팅 홍수 속으로

어느새 해는 저물고 다시 퇴근길 인파 속으로 합류했다. 때마침 화장품이 떨어진 것이 생각나 눈에 보이는 드럭스토어에 들어간다. 한창 세일 중인 상품들을 바라보고 있는데 ‘미세먼지 흡착력 효과 1위’, ‘미세먼지 차단 효과 입증’ 등의 홍보 스티커가 보인다. 피부에 달라붙은 미세먼지를 닦아주고 피부 트러블을 개선해준다는 제품들이 속속 출시된 것이 보였다. 클렌징폼부터 워터, 패드, 선크림 등 종류도 갖가지다. 헤어제품 매대로 이동하니 역시 미세먼지를 깨끗이 없애준다는 홍보문구가 붙은 신제품들이 진열돼 있다. 화장품 회사들의 미세먼지 차단 검증을 믿기 어렵다는 인터넷 기사를 본 것 같은데 그래도 혹시나 마음이 든다. 몇 가지 제품을 손에 들고 이리저리 살펴보다가 다시 내려놓았다.

길거리를 걷다보니 전자제품 마트에서는 미세먼지로 인한 가전제품 대폭 할인 행사를 진행하고 고깃집 앞에는 미세먼지가 심할 땐 삼겹살보다 비타민A가 풍부한 오리고기가 좋다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집 근처 꽃집에서는 산세베리아, 고무나무 같은 유해물질을 흡착해 준다는 화초들을 팔고 있었다.

집에 들어오자마자 옷을 벗어 세탁기에 넣어두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꼼꼼하게 샤워했다. 틀어놓은 TV에서는 미세먼지로 인한 심각성과 그로 인해 공기 좋은 외국으로 여행을 떠난 시민들 이야기를 보도하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아침에 생각했던 미세먼지 마스크 10개를 구입했다. 잠들기 전 침대에 누워 생각했다. 내일은 제발 공기가 나아졌으면 좋겠다고.

 

구성희 기자  gwmirae@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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