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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특권층의 조직적 일탈과 공수처 설치

해람시론(海覽時論)

(자료사진 합성)

미국을 대표하는 사회운동가이자 교육지도자인 파커 J. 파머는 자신의 저서 ‘비통한 자들을 위한 정치학’에서 “민주주의는 댐에 가득찬 물의 에너지를 사용 가능한 힘으로 바꾸는 수력발전소 같은 사회적 과정을 통해 갈등의 에너지를 전환하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한국 민주주의 역사를 보면 격동의 시대마다 국민들의 결집된 힘으로 갈등을 이겨내고 지금까지 성장해 왔지만 정치인들과 그 주변 세력의 수준은 별반 나아진 것이 없다. 한편으로 무기력하고 한편으론 여전히 억지 막말 패거리 정치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 국민의 소망적 에너지를 좌절시키고 새롭게 제도를 만들어 앞으로 나아가려는 개혁 의지에 발목을 잡아채는 정치판이 되고 말았다.

패거리 정치를 하는 이들을 보면 역사의식도 없고 민족의 자긍심도 없는 것이 특징이다. 오직 자당과 자기 추종자들 그리고 자신이 처한 입지의 유불리와 거기에 따르는 이권을 헤아릴 뿐이다. 트럼프 대통령 방한 전날 늦은 밤까지 대통령 비서실장을 국회에 붙들어 놓았던 자들이고 이번 국가적 재난사태인 동해안 산불로 인근 도시까지 위협 받는 상황에서 콘트롤 타워인 국가안보실장을 또 밤 11시까지 붙들어놓고 질의하는 수준의 사람들이다. 백성들이 어떤 고통을 받고 있는지 무엇을 원하는지도 관심 밖이다. 그러니 하는 말마다 유체이탈화법을 능가하는 유치한 말장난으로 구설수에 오르고 변명이 변명을 낳는 소모적인 정치를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최근 다시 불거진 김학의 별장 성폭행 사건과 장자연 씨 사건 그리고 버닝썬 사건 등 일련의 사건을 보면 과거 군사독재 시절부터 있어온 특권층의 조직적 일탈이 여전히 우리사회에 만연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진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불법적 사건들에 고위 공직자 정치인 언론계 등 유명 인사들이 연루돼 있다는 것이 더 이상 놀라운 일이 아니라는 것이 더 놀랍다.

김학의 사건 관련 보도를 보면 박근혜 정권은 불법적 사건의 내막을 알면서도 경찰에 부당한 압력을 넣었고 검찰은 경찰이 제시한 명백한 증거를 덮으려 했던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이와 닮은꼴인 장자연 씨 사건 경우에도 우리 사회에 이름만 대한 알 수 있는 정재계 언론계 고위 인사들의 이름이 계속 오르내리는 분명 힘있는 자들의 갑질 행태 사건이다. 공소시효와 관계없이 왜 몇 차례 수사에서 이러한 사건들의 실체가 가려져 왔는지 또한 이슈가 될 만하면 다른 기사로 덮여 가려지고 있는지 그것 자체가 먼저 밝혀져야겠다. 검찰이 특별수사단을 꾸렸지만 김학의 차관 건은 다시 시작도 하기 전부터 면죄부를 주려는 수사팀 구성이란 비판이 있었기에 국민들에게 얼마나 신뢰를 줄지 눈초리를 찢고 지켜봐야겠다. 현 정부가 이런 총체적 적폐를 청산하려고 고위공직자 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를 그렇게 외치고 찬성 국민 여론이 80%가 넘는데도 외면하고 있는 이들은 무엇이 구려서인지 시원한 답을 좀 해보라.

이런 때에 제1야당 황교안 대표는 프로축구 경남 FC 창원 홈구장에 들어가 정치행위를 금지한 FIFA 규정과 선거법을 무시하고 유세하는 물의를 일으키고도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역시 같은 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현 정부를 비판하다 또 말의 앞뒤가 꼬여 설화를 자초한다. 나 원내 대표는 “해방 후 반민특위로 인해 국민이 무척 분열했던 것을 모두 기억하실 것이다. 또 다시 대한민국에서 이러한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잘 해달라”라고 말해 의식있는 시민들과 독립운동 단체로부터도 역사의식 부재라는 강한 비판을 받았다.

다양한 계층의 이해가 얽힌 현대 사회에 문제와 갈등이 없다면 그것이 이상하겠지만 없는 갈등까지 만들어 나라를 더 혼란스럽게 만드는 데 더욱 한몫하는 이들이 또한 수구 언론들이다. 국익을 위해 마땅히 힘을 실어야 할 일과 선을 넘어서는 안 되는 것을 가리지 못하고 그저 기삿거리를 위한 기사로 지면과 방송을 채우고 있으니 대중들의 눈과 귀가 흐려지고 어지러워 질 수밖에 없다.

외국 국가원수가 방한 해 양국간 어떤 교류를 했는지 우리 대통령이 순방 외교에서 어떤 성과를 거두었는지 그 나라가 우리 외교와 경제에 어떤 도움이 되는 나라인지는 관심이 없다. 대통령 전세기에 같이 타고 수행기자단이 떼로 몰려가지만 대통령이 연설 중 인사말을 했는데 외교적 결례였다는 둥 어처구니없는 것들을 기사라고 쓴다. 정작 당사국에서는 모두가 행복한 시간이었다는데…….

청와대 시민사회단체 초청 간담회 자리에서 역대 정권이 청년 문제를 대하는 방식에 대해 개선 방향을 이야기하다가 눈물을 흘렸다는 엄창환 전국청년네트워크 대표 관련 조동중 일간지 기사도 현 정부를 비난하는 내용으로 대부분 왜곡 보도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오마이뉴스’가 엄 대표와 인터뷰를 한 기사를 보면 “간담회 후 언론보도를 보니 정부에 공격적인 언사가 많이 나온 것처럼 편향된 시각으로 보도하는 언론이 있었는데 아니었다. 무척 재미있었고, 솔직한 이야기가 오갔다. 긴장보다는 진지한 소통의 자리였다.”라고 밝히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신문의 날 기념식에서 이제 언론 자유를 억압하는 정치권력은 없고, 정권을 두려워하는 언론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에 대한 국민 신뢰가 다시 높아지는 것 같지 않다고 한 것은 정곡을 찌른 말이다.

지금까지 누려오던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는 정치 언론 재계 검경 수구세력들의 조직적인 카르텔이 나라를 병들게 하고 있는 것이다.

서두에 언급한 ‘비통한 자들을 위한 정치학’에서 파커 J. 파머는 “민주주의 제도는 자동적으로 굴러가는 것이 아니다. 갈등을 끌어안으면서 창조성으로 전환시켜 새로운 생각과 행동양식 그리고 서로에게 개방적일 수 있는 시민과 시민지도자들에 의해서 작동되어야 한다”고 했다.

언론이 진정 국익을 위한다면 외교관계 증진에 도움이 되도록 기사를 써야 마땅할 것이다. 또한 사회 단체와 정부간 이견이 있다 하더라도 사회적 갈등을 중재하는 것이 언론의 공익적 역할이 아니겠는가? 마찬가지로 권력을 가진 수사 기관의 사명은 무고한 시민의 인권이 침해당하지 않고 정당하게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수사를 해야하지 않느냔 말이다. 오히려 비통해 하는 자들을 힘으로 눌러 더 외롭게 만들고 스스로 목숨을 끊도록 참혹하게 외면하는 저들은 누구란 말인가? 국민이 선택해 맡겨준 정치인들의 그 권력은 누가 준 것인가 어떻게 사용하라고 준 것인가 다시 한번 곰곰이 새김질을 해보라.

문 대통령이 수사권조정을 비롯한 권력기관 개혁과 관련해 "법·제도까지 개혁하지 않으면 언제 그랬냐는 듯 갈라진 물이 합쳐지고, 당겨진 고무줄이 되돌아 가버릴지 모른다는 게 참으로 두렵다"라고 한 말이 피부로 느껴지는 현실이다. 시민의 의식은 향상돼 있는데 정치 제도와 정치인들 그리고 힘을 가진 사회 지도층의 의식은 아직도 그에 미치지 못하고 있으니 시민사회는 이 과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 것인가? 모두의 목소리를 높여 관련법 개정을 촉구하고 특히 공수처를 설치해야 하는 당위성이 여기에 있는 것이다. 그리고 선거법도 잘 손질해 기본 소양과 자격을 갖춘 사람들로 엄격하게 검증하고 제대로 선출할 수 있어야 한다. 인내 끝에 시민사회가 저들의 일탈과 횡포를 견제할 수 있는 마지막 카드는 참정권인 것이다.

구약 성경의 아모스 선지자가 외친 것처럼 공법이 물 같이 정의가 하수 같이 흘러 이 땅에서 비통에 잠겨 신음하는 소리가 조금이라도 줄어들 수 있다면 같은 글을 몇 번이라도 쓰고 싶은 심정이다.

해람(언론인·자유기고가)

미래로신문  mro@mrr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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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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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루키 2019-04-10 12:34:36

    한마디 한마디가 정말 공감이되는 내용이시네요
    위의 내용들을 안타까워 흥분되어서 이야기하면 주변에서 지인들이 그만좀 하라고 할정도로 힘들어 하는지경이었거든요

    좋은내용 시원한 글 감사합니다 ~^^   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