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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광주의 5월이 기억되어야 하는 이유

해람시론(海覽時論)

그리고 대저 헛것들일수록 불안감이
증가시키는 더 큰 힘을 쓰는지라
종기퉁성이 쇠방망이 휘두르며 더 날뒤네
이에 선남선녀들, 해탈문 아래 도솔천 계곡에
내려가 지천으로 불꽃핀 불꽃들 꺾어
이 헛것들, 물러가라
이 헛것들 뒤의 더 큰 헛것들, 물러가라
이 헛것들 뒤의 더 큰 헛것들 뒤의 더 더 큰
헛것들, 물러가라, 물러가라, 외치며 던지니
그 꽃들만 성층권 밖으로 뚫고 나가
보이지 않네

상점 주인들이 수도 호스로 길을 씻고
그날 밤, 꽃들이 사라진 그 자리에
獅子座, 환히 點燈하고 나타나네
돌덩어리에다가 얼마나 뜨거운 마음을 넣으면
별이 되었을꼬

 

터럭만큼의 정의도 법도 통하지 않았던 1980년 5월 무자비한 권력에 처절하게 맞서다 산화한 광주항쟁을 척박한 이 땅에 피어난 장엄한 연꽃의 현현인 양 그려낸 황지우 시인의 장편 서사시 <화엄 광주>의 한 부분이다.

지금의 대한민국이 정말 자유민주주의 국가임을 알 수 있는 것은 우리 현대사에서 5.18을 기점으로 무엇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살펴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아득한 39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헌법도 실정법도 무시하고 민주 인사들을 잡아들이고 고문하던 그 시절이었다. 80년 5월 15일 당시 서울지역 시위대가 철권통치에 항거하기 위해 모였지만 군이 개입할 빌미를 줄 것이라 우려한 대학생 지도부가 소위 ‘서울역 회군’으로 불리는 결정을 내리며 해산하게 된다. 그러나 꺼지지 않은 민주화운동의 불씨가 다시 광주에서 점화되자 신군부가 공수부대를 투입해 무자비하게 짓밟은 것이다. 광주 지역을 사면으로 봉쇄한 후 전국의 언론을 통제하고 거리의 시민과 학생들에게 발포 명령을 내리고 전쟁 중에 적을 섬멸하듯 고폭탄을 실은 헬기에서 건물을 향해 기관총을 무차별 난사하게 했던 그들이 끝내 정권을 잡았다. 그리고 그 잔당들이 지금도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왜 누가 무엇 때문에 그런 지시를 했는지 다만 5월의 광주 그날의 진실이 밝혀지기를 희생자와 광주시민은 물론 국민들도 원하지만 가해 당사자들은 지금도 거짓과 침묵으로 버티고 있다. 그 뿌리에서 자라 같은 생각을 가진 정치인들은 지금도 개념 없는 막말을 일삼고 초록은 동색인지 협조해야 할 진상조사위원회 구성도 뒷전으로 미루고 있는 안타까운 형국이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자당 의원들의 망언에 대해 납득할만한 징계조치 없이 광주 5.18기념식에 가면 충돌과 마찰이 일어날 것을 알고도 왜 그렇게 가려고 했을까? 올해 초파일 부처님 오신 날 봉축행사에 가서도 기본인 합장의 예를 표하지 않으면 지탄받을 줄 알면서도 굳이 참석했던 것과 맥락이 같은 정치적인 속내를 볼 수 있다. 수구 보수층과 원리주의에 가까운 보수 기독교인들의 세를 규합해 보려고 최근 황 대표가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를 방문한 자리에서 주고받은 말 속에 그 의중이 드러난다. 한기총이라는 기독교 단체도 우리 헌법에 명시된 종교와 정치의 분리를 드러내놓고 무시하는 언행을 보여 심히 염려되는 바가 크다.

왜 평화와 공존을 이끌어 낼 수 있는 대화의 장을 두고 일부 종교단체들은 타 종교를 자극할 수 있는 말들을 골라서 하는지 또한 정당은 정치파업을 일삼아 거리로 나가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20대 국회에서만 17차례 공전을 거듭해 고성 산불 복구를 비롯해 여러 가지 어려운 민생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추경안 처리뿐만 아니라 1만 4000건의 법안이 산적해 있다고 한다.

국정을 담당해 봤고 앞으로도 국민의 지지를 얻어 국정을 담당하고자 하는 정당이라면 적어도 국가 운영의 근본에 관한 문제만큼은 기본과 상식을 지켜주길 요청한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호소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담겨있다고 본다. 한미 정상회담 형식을 포함한 외교적 실무협상 내용 그리고 우리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통화한 내용 등 민감한 국가 기밀을 현지 외교관을 통해 빼내 언론에 공개함으로써 국가신뢰를 실추시키고도 야당을 탄압한다고 강변하는 몰지각한 국회의원 그리고 검찰이 소환해도 그를 못 내주겠다고 비호하는 사람들이 우리 대한민국 정치인들의 수준이다.

한편 민주당 모 인사와 현 정부의 국정원장이 만난 것을 두고 내년 총선에 국정원이 선거개입하려는 것이라고 야당은 정치공세를 펴고 있다. 아는 만큼 보고 또 배운 만큼 행동할 수밖에 없는 것이 인간의 한계라는 생각이 든다. 자신들이 늘상 하던 일을 지금의 정부도 할 것이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너무 쉽게 막말을 쏟아내고 가볍게 행동하는 정치인들을 뽑은 국민들이 부끄럽다. 전두환 씨 가족이‘민주주의의 아버지 전두환’이란 표현을 거리낌 없이 하는 것도 기가 막힌 일이지만 꼬리자르기 김학의 사건, 덮여버린 장자연, 도로나무아미타불 버닝썬……. 조직 이기주의를 앞세워 막가자는 듯 나라 안에 위 아래 질서도 없고, SNS 상에는 가짜뉴스들이 무차별 살포되는 어지러운 형국이 된 것 같아 묵묵히 본분을 지키며 일하는 국민들의 마음이 편치 않다.

대학 정문 앞을 탱크로 막고 민주 인사들을 가택 연급하며 언론을 강제로 통폐합해 재갈을 물리던 시절, 자유 민주주의를 갈망하는 시민들을 총칼로 진압하던 그 엄혹한 세월을 이겨낸 5.18 당시에 비하면 지금의 대한민국은 분명 사람 사는 세상으로 바뀌었지만 또한 여전히 탁류에 쓴 뿌리를 내리고 서로 결탁되어 있는 적폐는 무엇인지 잘 살펴보아야만 한다. 차제에 법을 바로 세워 책임 물을 것은 엄중하게 묻고 권력이 남용되고 인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는 제도들은 제대로 고쳐야 한다.

역사에서 부조리를 척결하지 못하고 유야무야 넘어감으로써 국가 발전에 좌절을 겪었던 일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법무부 검찰과거사조사위원회가 1년 6개월의 활동을 끝내며 권력기관이 자신과 관련된 수사에는 한계를 보였다는 것을 밝혔듯이 공수처법이 반드시 마련되어 불법을 범하고도 치외법권을 누리는 자들이 단죄 받도록 해야겠다.

2차 대전 당시 나치독일의 만행이 유럽 전역에 수많은 고통과 아픔을 남겼지만 전후 엄정한 처벌은 물론 그 잘못을 시인하고 용서를 빌었던 독일 국민의 용기가 있었기에 모두가 화해의 손을 내밀고 그 아픔을 극복할 수 있었던 역사를 거울로 삼아야 한다.

5.18 민주화운동이 일어난 지 4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지만 아직 풀지 못한 갈등이 남아 있다는 것이 안타깝다. 더 늦기 전에 우리 사회가 함께 진실을 밝히고 풀어야 할 것들을 풀어내 보자. 그리하여 아파하는 이들의 가슴에만 품고 있던 5월의 상처를 우리 모두가 나누어 질 수만 있다면 뿌리 깊은 나무 대한민국의 더 밝고 희망찬 미래를 바라볼 수 있으리라 믿는다.

해람(언론인·자유기고가)

미래로신문  mro@mrr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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