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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국난을 이겨내는 우리의 선택

해람시론(海覽時論)

(사진합성).

한일 간 경제 전쟁에다 러시아 및 중국과의 영토 분쟁 그리고 후쿠시마 원전 후유증인 방사능 문제로 2020 도쿄올림픽 안전성까지 도마에 오르면서 아베 정권이 안팎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수 세기 동안 은원으로 맺어진 가까우면서도 먼 나라 일본의 변하지 않는 오만한 행태를 마주하며 우리는 스스로 어떤 선택을 해야 할 것인가 또한 당면 과제가 아닐 수 없다. 한국에 대해 백색 국가(수출심사 우대 국) 제외라는 감정적 도발을 해놓고 이젠 뒷감당을 못하고 있는 일본을 보면서 우려되는 것은 70년 일당 독재나 다름없는 집권 자민당이 갈수록 우경화로 흘러 이제 나라와 자국민은 물론 반복된 과거 역사에서처럼 주변 국가마저 소용돌이에 끌어들일까 하는 점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도쿄지국 부국장을 역임한 프리랜서 윌리엄 스포자토는 미국의 국제 외교문제 전문지
‘포린 폴리시’에 기고한 글을 통해 일본이 ‘싸울 준비가 안 된 전쟁’을 시작했다며 일본 정부가 충분한 준비 없이 수출규제 카드를 꺼냈다고 분석했다. 일본 게이오대학 방문교수 시절부터 일본을 잘 알고 있는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김기정 교수도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화이트리스트 배제 결정으로까지 이어진 최근 일본 정부의 대한(對韓) 수출규제 강화 조치에 대해 “잘못된 결정이 나쁜 타이밍에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또한 일본은 중국과 맞서려면 껴안아야 할 한국을 밀어내는 전략적 패착을 뒀다며
“아베 총리는 급소를 맞고 무릎을 꿇을 줄 알았던 한국이 꼿꼿이 서 있는 모습을 보고 놀랐을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도 진단했지만 일본 아베 정부는 한국과 한국인을 잘못 본 것이다. 그리고 이제 뒤늦게 정치 경제적 득실을 헤아리는 숨고르기 모양새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베 내각이 같은 색깔의 정치적 지지세력을 등에 업고 수출규제조치를 발표한 후 태도를 바꿔 일부 품목 수출을 허가한 것은 일본 국내 기업들의 아우성과 WTO에 제소된 불리한 국면을 피해보고자 하는 눈속임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한국 정부의 대응 조치를 봐가며 추가 공격의 빌미로 삼으려는 것이다. 아베 정부의 이러한 스탠스는 자유무역 질서를 훼손한다는 국제사회의 비판을 의식해 자신들의 조치는 '한국의 도발에 대응하는 것뿐'이라는 방어논리를 펴겠다는 속셈이다.

그러나 일본이 간과한 것이 있다. 우리의 경제력도 물론 세계 10위권이지만 무엇보다도 한국인의 핏줄 속에 면면히 흐르고 있는 민족정신을 제대로 알지 못한 것이다. 이미 100년 전 3.1독립만세운동의 위대한 민족혼이 제국주의 패권에 억눌려 있던 전 세계 약소국들을 일깨워 비폭력 저항의 횃불을 들게 했던 것을 분명히 기억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불의하고 부당한 권력을 심판했던 우리의 촛불혁명의 저력을 과소평가한 것이다.

우리 정부와 기업들은 그동안 일본이 보여 온 지속적인 혐한정책 불똥이 어디로 튈지 예의 주시하고 나름의 준비를 했기에 이번 사태를 충분히 넘어설 수 있다고 본다. 15년 전 이미 지금과 같은 일본의 횡포를 간파하고 한일 FTA를 반대했던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이 지적한 소위 ‘가마우지경제’는 그 동안 특정 품목에서 종속적일 수밖에 없었던 한일 경제 구조를 가리키는 말이다. 마치 가마우지의 목을 죄어 놓고 물고기를 잡게 하면 가마우지는 물만 먹고 고기를 얻지 못하는 것과 같다. 우리 기업이 수입 원자재를 일본에만 의존해 제품을 만들어 수출한다고 해도 어차피 일본이 지속적으로 수익을 챙겨가고 주도권을 가지게 되므로 언젠가는 개선해야만 할 구조적 문제였던 것이다.

우리 LG 화학이 이미 수입 다변화로 발빠르게 대처하고 있듯이 삼성과 SK 같은 대기업도 반도체나 핸드폰 기타 가전제품 관련 부품 조달을 일본이 아닌 다른 루트로 한번 바꾸게 되면 그에 맞춰 공정 자체가 크게 교체되기에 앞으로 일본과는 다시 거래할 이유가 없어지는 것이다. 일본은 한국 기업들이 많은 비용을 들여가면서까지 그런 결정을 내리진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데 의외로 규제 대상이 아닌 우리 바이오업계 등도 향후 불확실성에 따른 일본발 리스크가 생길 수 있다는 판단에 신속하고도 단호한 수입선 교체 의지를 보이자 문제가 심각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곤경에 처한 것은 일본의 기업뿐만 아니라 관광 수입으로 명맥을 이어가는 일본 중소도시 경제도 극심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이것이 아베 정권은 물론 여야를 막론하고 각자 지역구를 가지고 있는 모든 의원들의 정치적 부담으로 크게 작용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순항할 것으로 보이던 2020 도쿄올림픽도 국제사회가 나서 방사능 안전문제 의혹을 제기하면서 아베 정부에게 또 하나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2차 세계대전 패전국으로서 어쩔 수 없이 받아들였던 평화헌법을 이제 전쟁 수행이 가능한 헌법으로 개정하려는 속셈을 가진 일본이 그것을 얕은꾀로 포장하고 있는 것이다. 원자폭탄 피폭으로 패전국의 상흔을 지닌 국가 이미지 위에다 후쿠시마 원전 피해를 극복하고 평화의 올림픽을 치른다는 이미지를 덧입혀 세계인의 눈을 가려보자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안전성이 검증되지도 않은 후쿠시마산(産) 농수산물을 올림픽 공식 식품으로 선수단에게 제공하고 후쿠시마와 인근에서도 경기를 치르겠다고 공공연히 홍보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무모함은 이것만이 아니다. 세계적인 환경단체 그린피스가 폭로한 바에 의하면 아베 내각과 도쿄전력이 후쿠시마 제1원전에 쌓여 있는 고준위 방사성 오염수 100만 톤 이상을 태평양에 방류할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하루 170 톤에 달하는 배출 오염 냉각수를 보관할 탱크를 더 이상 설치할 땅이 부족하다며 일본은 방류를 강행할 수 있음을 흘리고 있다. 그렇지만 전 지구에 미칠 엄청난 환경재앙이 될 수 있는 이 일을 막무가내로 밀어부친다면 국제사회의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기에 일본도 그 처리 대책에 고심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일본으로선 이리저리 사면초가의 상황을 맞고 있는 것이다. 한국에 대해 한편으로 유화적 제스처를 보내고 싶어도 자신의 지지세력과 한국까지 납득시킬 만한 마땅한 명분이 없는 것이다. 우리 쪽에서도 외교적 해법이 있다면 이를 통해 확전을 피하는 것이 득이 되겠지만 먼저 일본의 진의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지정학적으로도 사방이 바다뿐인 섬나라 일본이 살 수 있는 길은 이웃과의 교류가 아니면 방법이 없었다. 그러나 외교가 안 되면 전쟁을 택했고 그것도 늘 선전포고 없는 기습적인 방법으로 이웃 나라를 침략했던 저들을 우리는 보아왔기 때문이다.

손자병법에도 최선의 방책은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라 했으니 일본이 적당한 명분을 세워 외교적으로 해결하려고 나온다면 굳이 칼집의 칼을 빼낼 필요 없이 외교적으로 응하면 될 것이다. 그러나 국민들의 단호한 극일 의지를 확인한 이상 물렁하게 나갈 것이 아니라 저들이 다시는 우리에 대해 경제적 외교적 도발을 하지 못하도록 당당하고 분명하게 경고할 필요가 있다. 뜨거운 마음으로 일어선 국민들의 자발적인 불매 운동은 지속될 것이고 이왕지사 불공평한 경제구조에 대한 개혁을 시작했으니 기업들도 정책적 협의를 통해 일본에 의존하지 않고도 자생할 수 있는 건강한 경제체질 개선을 계속 추진해야 할 것이다.

제국주의 팽창 시대 미국과 가쓰라태프트 밀약을 맺은 이래 일본은 미소 냉전시대에도 미국과 손잡았고 지금도 중국몽 실현을 위해 일어서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과의 동맹관계로 그 힘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격동의 시대 열강의 틈바구니에서 우리가 체휼했던 역사의 교훈은 국력이 곧 국격이 된다는 것이었다. 한일 경제전쟁을 넘어서는 것을 끝으로 이제 더 이상 다른 나라에게 업신여김을 당하지 않고 뜻을 펼치려면 우리가 먼저 강해져야 한다. 경제와 기술력, 국방력 그리고 외교를 통한 국가 간 협력 모두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시대를 막론하고 무엇보다 뼈아픈 것은 내부에서 두 마음을 품고 국익보다 사사로운 욕심과 정치적 이익을 앞세우는 무리들이 나라를 망쳐왔다는 것이다. 광복 이후에도 일본이 대한민국 요소요소에 친일파를 심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살포해 왔고 그 영향력을 믿기에 지금도 저렇게 오만하게 나오는 것이 아닐까?

날씨가 추워져야 송백이 푸르름을 알 수 있듯이 집안과 나라가 어려움에 처해보면 효자와 충신을 알 수 있다고 했다. 한결같은 마음을 가지고 하늘을 보고 사람을 보면 그 사람이 누구인지 그의 말과 지금까지 걸어왔고 또한 나아가려는 길을 통해 옥석을 가릴 수 있는 것이다. 말끝마다 민의를 일컫고 국민을 아무리 들먹인다 해도 그들이 지금까지 해온 말의 품격과 그 속마음까지도 가릴 수는 없는 것이다.

‘정관의 치’로 칭송받았던 당 태종 때 ‘정관정요’에 기록된 재상 위징의 상소문은 “물은 배를 띄우지만 뒤집을 수도 있으므로 매우 신중을 기해야 합니다. 그것은 빨리 달리는 수레를 썩은 새끼줄로 부리는 것과 같으니 어찌 소홀할 수 있겠습니까”라고 민심을 거스르는 일이 어떤 결과를 가져 오는지를 웅변하고 있다. 내년 4월 총선이 얼마 남지 않아서가 아니라 진정 평화와 번영의 국가 백년 기틀을 세워가는 이 새로운 시대에 대한민국의 정치인은 물론 언론인 종교인을 비롯한 각계의 모든 지도층도 이젠 정말 하늘의 마음을 읽으며 올곧게 살아가는 백성들을 두려워할 줄 알아야 하지 않겠는가?

해람(언론인·자유기고가)

미래로신문  mro@mrr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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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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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태모 2019-08-21 08:54:09

    세계 동향의 주류에 역행해온 일본 아베정부의 오만과 비열함을 적시하며, 우리 국민정신을 일깨우는 시기적절한 시론이기에 뜨거운 찬사를 올립니다.
    계속 매끄러운 필봉으로 새시대를 이끌어 주시길 바랍니다.   삭제

    • 이상협 2019-08-20 19:36:18

      민심이 곧 천심이다라는 말도 떠오르네요^^ 흘러가는 국제 정세 가운데 모두가 평화와 번영을 생각해서가면 좋겠습니다   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