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종교 지도자의 사회적 책무와 일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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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종교 지도자의 사회적 책무와 일탈
  • 미래로신문
  • 승인 2020.01.06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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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람시론(海覽時論)

 

2020년 새해가 밝았다. 지난 한 해는 불교의 ‘잡보장경(雜寶藏經)’에 나오는 ‘공명지조(共命之鳥)’처럼 소모적 논쟁을 치르는 가운데 화합의 해법을 찾지 못했던 우리 사회였다. 올 한해는 4월 총선도 있어 더 국론이 분열될 염려도 있지만, 한편으론 또 무언가 새로운 희망을 품어보게 된다.

민주사회를 지탱하기 위한 필수요건으로 대화와 타협을 들 수 있을 텐데 지난 한 해는 상대 진영의 소리에는 귀를 막고 그야말로 죽기 살기로 경적을 울리며 마주 달리는 폭주 기관차와 같은 모습이 아니었나 싶다. 무엇이 진실인지 정의인지를 혼동하게 만들어 버린 집단 이기주의 세력들, 그중 정치권이 가장 실망스러운 모습이었고 검찰과 언론 그리고 일부 보수 기독교계가 거기에 장단을 맞춰 혼란을 증폭시킨 꼴이었다.

해방 후 일제의 잔재를 청산하지 못하고 새로운 민족정기를 바로 세우지 못했던 것이 국가 발전에 지금까지 걸림돌이 되고 있는데 그 대표적인 부류들이 바로 시류에 따라 변신했던 기회주의 기득권자들이었다. 영화 ‘암살’에서 조국과 동료를 배신한 자들의 변명 아닌 변명 ‘독립이 올지 누가 알았겠냐고!’ 하는 말이 새삼 준엄한 역사를 다시 돌아보게 한다. 오직 조국의 광복을 위해 그 수많은 피를 흘린 독립투사들과 애국시민들의 희생을 이제 우리가 욕되게 하지 말아야 할 것 아닌가?

모든 이들이 세속의 흐름에 영합하고 일신의 영달과 부정한 탐욕에 빠져있더라도 정의가 살아있는 사회, 옳고 그름을 분별할 수 있는 사회를 지켜내야 할 책무를 가진 이들이 있다면 바로 종교 지도자들이다. 현실이 아무리 고달프고 혼란스럽다 해도 오직 진리의 등을 밝히고 사랑으로 인내하며 모든 것을 이겨낼 수 있도록 민초들에게 소망을 주어야 할 이들 또한 종교지도자들이 아니겠는가? 1919년 암울한 그 식민통치시대에 3.1 독립만세운동을 주도했던 민족 대표 33인도 바로 종교지도자들이었다. 자유와 평화를 염원하는 세계 만민들에게 우리가 왜 무엇을 위해 싸워야 하는지를 또 어떻게 저항해야 할 것인지를 당당하게 선포했던 그 민족혼은 면면히 살아 오늘날도 우리를 교훈하고 있다. 그들이 이끌었던 비폭력 무저항의 정신이 제국주의 일본을 두렵게 만들었고 열강의 침탈을 받고 있던 중국과 인도를 비롯한 세계 모든 국가들에 잇달아 희망의 횃불을 들게 했다.

그러나 오늘날의 종교와 종교 지도자들의 모습은 어떠한가? 종교의 목적이 진리 안에서 화평을 이루고 그 깨달음대로 이웃과 세상을 밝히는 것일 텐데, 진리를 외면하고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오히려 갈등과 분쟁을 부추기는 모습들이 비일비재한 현실이다.

그중에서도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가 연일 정부와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막말을 쏟아내며 정치적 선동을 하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먼저 전광훈 목사가 대표를 맡은 한기총의 출범 배경을 살펴보자. 한국기독언론협회가 2008. 4. 24 제7회 기독언론포럼에서 한국기독교총연합회에 대하여 밝힌 내용을 보면 다음과 같다.(기독언론포럼자료 p.10-13)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의 뿌리는 박정희 군사 독재 정권 당시, 삼선 개헌을 지지하는 보수 세력들을 결집하려는 김종필의 정치적인 계획에 따른 보수 기독교인들의 결집이다.’(당시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홈페이지 참조) 그리고 동일한 페이지에 한기총 탄생에 대한 전혀 다른 내용의 글이 수록되어 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는 1989년에 만들어진 대한예수교장로회 위주의 교단들이 회원 교단으로 가입한 개신교 교단의 연합회이며, 대표적인 보수 기독교 단체로 여겨지고 있다. 전자의 경우는 한기총의 출범 성격을 정치적인 이유에 두고 있다. (중략) 한기총은 KNCC(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와는 반대되는 입장에서 대(對)사회적 대(對)정부적 성명서를 발표하면서 한국보수교단의 연합체로서의 정체성을 다져온 것이다. 성명서와 공동 신앙 선언에 나타난 내용을 살펴보면 정치적인 것과 사회적인 것이 혼재되어 있다.”

인용한 자료에서 드러난 바와 같이 한국기독교언론협회 기독언론포럼 내용이 사실이라면 당시 독재정권을 반대하던 KNCC에 대항마로 내세워져 박정희 군부독재를 돕기 위한 정치 세력으로 출발한 단체가 한기총이다. 대한민국 헌법에도 분명 정치와 종교는 분리되어 있다고 명시돼 있는데 왜 종교인들은 정치와 손을 잡으려는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정치인들은 종교단체의 세력과 표가 필요 하고 그것을 미끼로 종교지도자들은 자신의 입지와 권세를 잡아보자는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기에 정치와 종교의 유착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몇몇 보수 언론을 제외한 대부분의 언론이 보는 시각도 그렇다. 기독교 한국침례회 전도사로도 알려진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국회의원이 아닌 원외인데 당 대표자가 되자 자신의 지지 기반이 필요했을 것이다. 그래서 찾아가 손을 내민 곳이 한기총이라는 것이다. 전광훈 목사와 황교안 대표가 처음 만나 주고받은 ‘대통령이 됐으면 좋겠다’는 것과
‘장관 한자리’ 운운하는 말에는 노골적인 야합의 냄새가 풍긴다.

그 후 믿는 데가 생겼는지 전 목사의 언행은 선을 넘어 문재인 대통령을 북한 추종 세력인 ‘주사파’로 매도하고 체포조를 만들어 청와대로 진격해야 한다는 망발을 하고 나섰다. 얼마 전에는 이재오, 홍준표 등 보수 인사들이 중심이 된 시민단체 ‘국민통합연대’ 창립식 축사에서 전 목사는 성령이 자신에게 ‘대한민국이 망한다’고 알려줬다고 해서 소동이 벌어진 적도 있다. 그리고 “하나님 까불면 나한테 죽는다”고 하는 발언으로 신성모독 시비까지 일으키고 있다. 대한민국이 집회와 표현의 자유가 보장된 민주공화국임엔 틀림이 없지만, 법치국가라면 도를 넘는 발언에는 마땅한 제재가 있어야 한다.

KNCC(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이에 대한 입장문에서 “전광훈 목사는 한국교회연합운동에 대한 몰역사적 인식과 거짓된 통계를 기반으로 대중을 호도하며, 한기총 대표회장이 마치 한국교회 전체의 대표인 양 자아도취에 빠진 채 주권재민의 민주주의 근간을 허무는 정치 도발을 일삼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 같은 행태는 권력정치의 집단적 광기에 몰입된 거짓 선지자의 선전·선동으로 하나님 나라의 복음적 공동증언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반기독교적 행위”라고 비판했다.

필자가 평화 NGO 단체인 HWPL(하늘문화세계평화광복) 종교연합사무실 활동을 하면서 느낀 것이 있다. ‘경서비교 토론회’와 ‘종교인 대화의 광장’에 참여한 여러 종단 종교인들이 하나 될 수 있었던 화두는 결국 ‘진리’와 ‘평화’였다. 그리고 그 추구하는 길이 참된 것임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은 역시 종교 지도자들 자신의 몫이라는 것이다. 열매로 그 나무를 알 수 있기에 그 지도자의 언행과 태도가 결국 그가 추구하는 본질이기도 한 것이다.

그렇다면 앞서 말한 그런 불신앙적인 말을 하는 사람에게 과연 하나님이 함께할 것인가? ‘신이 함께한다면 그 신이 참된 신일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자기 생각에 동조하지 않는다고 대표권을 가진 그런 사람들이 다른 종교나 교단을 폄하하고 판단하며 이단으로 정죄하는 것이 과연 합당할 것인가 의문이 든다.

지난해 7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41차 UN 인권이사회 회의에서 ‘유럽 양심의 자유협의회(CAP-LP)’는 대한민국 정부에 강제개종 근절 대책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UN인권이사회 소속 단체들이 지적한 바대로 본인의 의사에 반하는 강제적인 개종까지 획책한 무리가 바로 한기총 이단 대책위 소속 목사들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대외적으로도 대한민국과 기독교의 수치이자 인권과 신앙을 모독하는 행위가 아닐 수 없다.

상대를 짓밟고 죽여야 내가 살아남는다는 생각이 지배하는 세상이라면 이미 진리와 평화가 사라진 ‘말세’이며 ‘말법(末法) 시대’를 사는 것이다. 그런 곳은 하나님의 나라도 부처님의 나라도 아니다. 거기엔 참된 신도 사랑도 없고 스스로 신의 자리에 앉아 다른 모두를 정죄함으로써 끝없는 갈등과 분쟁만이 있을 뿐이다.

새해에는 종교계는 물론 각 분야에서 공명정대하고 겸허하게 섬길 줄 아는 새로운 일꾼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그리고 각자의 맡은 곳에서 부지런히 지혜를 모아 모두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나라, 평화로운 세상을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 국민의 간절한 바람이다.

해람(언론인·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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